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어부의 적

홍사용1900–1947

냇가 버덩 늙은 솔 선 흰 모래밭에 텃마당같이 둥그레 둘러 어른의 발짝이 있다 아마도 여울목을 지키고 고기잡이 하던 낯 모르는 사내가 젖은 그물을 말리느라고 예다가 널고서. 물 때 오른 깜정 살을 빨가둥 벗고서 남 안 보는 김에 좋아라고 뛰놀았던 게로군 옳지옳지 그런 때 그런 때 한 웅큼 왕모래를 끼얹었으면 (아마 미워 죽겠지) 그러나 어여쁜 님이라 하면 (아주 좋아 죽겠지)

모래밭에 남은 어부의 발자국을 보며 그가 벌거벗고 뛰놀던 모습을 상상하는 장난스러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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