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희게 하얗게

홍사용1900–1947

누이가 일없이 날더라 말하기를 "나의 얼굴이 어찌해 흰지 오빠가 그것을 아시겠습니까?" "아마 너의 얼굴이 근본부터 어여쁜 까닭이지" "아니지요! 달님의 흰 웃음을 받았음이지요" "나 사는 이 땅이 흼은 어쩐 일인지 오빠가 아십니까?" "아마 하얀 눈이 오실 때에 우리의 마음도 희였든 까닭이지" "아니지요! 가만히 계셔요 나의 노래를 들어 보셔요" "옷 짓는 시악시를 만나보거든 붉은 꽃 수놓은 비단을랑 탐치 말라고 붉은 꽃 피우랴는 사랑이 올 때에 젋은이의 붉은 시름 지지 않을 터이니" 나는 누이의 뜻을 잘 알았다. 그가 나의 옷을 지을 때에 일부러 흰 가음으로 고르는 줄을.

왜 우리 땅과 얼굴이 흰지 묻는 누이. 흰 옷감만 고르는 누이의 뜻을 오빠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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