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그이의 화상을 그릴 제

홍사용1900–1947

이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그이의 얼굴을 잊히지 못하여 그림으로 그릴 제 우는 눈 웃는 입 붉은 빰 푸른 눈섭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모두 다 걷어서 어여쁘게 어여쁘게 그리려 한다. 이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그이의 얼굴을 잊히지 못하여 그림으로 그릴 제 이 몸과 마음은 고달프었으니 그이의 아름다운 얼굴과 같이 이 맘의 깨끗함도 자랑해 보려고 이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그이의 얼굴을 잊히지 못하여 그림으로 그릴 제 그이의 그림과 이내의 넋은 어두운 방바닥에 힘없이 흩어져 임자 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녀라 이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그이의 얼굴은 잊히지 못하여 그림으로 그릴 제 별러서 그리는 그이의 얼굴은 가장 아름다웁게 그리어졌으니 이 몸이 애쓰고 괴로워질수록 그림의 얼굴은 어여뻐졌도다 이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그이의 얼굴을 잊히지 못하여 그림으로 그릴 제 그이의 얼굴이 고웁게 뵐수록 도무지 한 가지는 그릴 수 없으니 보이지 않도록 감추어서 둔 그이의 가슴의 붉은 마음은 이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그이의 얼굴을 잊히지 못하여 그림으로 그릴 제 알 수 없는 그이를 엿보아 그러나 다만 눈 앞에 나타나 보임은 노상 어여쁜 얼굴 뿐이었다. 이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그이의 얼굴을 잊히지 못하여 그림으로 그릴 제 그러나 이 몸만 가엾어졌으니 그릴 수 없는 것은 그이의 마음이라 못 그리는 그림을 부여안고서 나는 이렇게 울기만 할 뿐

그이의 얼굴은 그릴수록 고와지지만 끝내 그 마음은 그릴 수 없다는, 사랑하는 이를 그리는 사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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