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지비

이상1910–1937

지비1 안해는 아침이면 외출한다 그날에 해당한 한 남자를 속이려 가는 것이다 순서야 바뀌어도 하루에 한남자이상은 대우하지않는다고 안해는말한다 오늘이야말로 정말 돌아오지않으려나보다하고 내가 완전히 절망하고 나면 화장은있고 인상은없는얼굴로 안해는 형용처럼간단히 돌아온다 나는 물어보면 안해는 모두솔직히 이야기한다 나는 안해의일기에 만일 안해가나를 속이려들었을때 함직한속기를 남편된 자격밖에서 민첩하게 대서한다. 지비2 안해는 정말 조류였던가보다 안해가 그렇게 수척하고 거벼워졌는데도날으지못한것은 그손까락에 낑기웠던 반지때문이다 오후에는 늘 분을바를 때 벽한겹걸러서 나는 조롱을느낀다 얼마안가서 없어질때까지 그 파르스레한주둥이로 한번도 쌀알을 쪼으려들지않았다 또 가끔 미닫이를열고 창공을 쳐다보면서도 고운목소리로 지저귀려들지않았다 안해는 날을줄과 죽을줄이나 알았지 지상에 발자국을 남기지않았다 비밀한발을 늘버선신고 남에게 안보이다가 어느날정말 안해는 없어졌다 그제야 처음방안에 조분내음새가 풍기고 날개퍼덕이던 상처가 도배위에 은근하다 헤뜨러진 깃부시러기를 쓸어모으면서 나는 세상에도 이상스러운것을얻었다 산탄아아안해는 조류이면서 염체 닫과같은쇠를 삼켰더라 그리고 주저앉았더라 산탄은 녹슬었고솜털내음새도 나고 천근무게더라 아아 지비3 이방에는 문패가없다 개는이번에는 저쪽을 향하여짖는다 조소와같이 안해의벗어놓은 버선이나같은공복을 표정하면서 곧걸어갈것같다 나는 이방을 첩첩이닫치고 출타한다 그제야 개는이쪽을향하여 마지막으로 슬프게 짖는다.

어디 갔는지 모르는 아내에 관한 세 토막 연작. 아내를 새에 빗댄 쓸쓸하고 기이한 부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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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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