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본명 김해경. 띄어쓰기마저 허문 낯선 시로 한국 시의 틀을 흔든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 거울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 꽃나무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없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 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 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 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 이상스러운흉내를 내었소.
- 1933, 6, 1천평 위에서 30년 동안이나 살아온 사람(어떤 과학자) 30만 개나 넘는 별을 다 헤어놓고 만 사람(역시) 인간 칠십 아니 이십 사 년 동안이나 뻔뻔히 살아온 사람(나) 나는 그날 나의 자서전에 자필의 부고를 삽입하였다. 이 후 나의 육신은 그런 고향에는 있지 않았다. 나는 자신 나의 시가 차압당하는 꼴을 목도하기는 차마 어려웠기 때문에.
- 가정문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해간다. 식구야봉한창호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처럼월광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 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을헐어서전당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을열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 명경여기 한 페-지 거울이 있으니
- 소영위제1
- 절벽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ㅡ보이지도않는꽃이.
- 지비지비1
- 오감도 시제1호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 오감도 시제2호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졸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
- 오감도 시제3호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
- 오감도 시제9호매일같이열풍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 황홀한지문골짜
- 오감도 시제10호찢어진벽지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絡繹)되는비밀한통화구(通話口)다. 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날개축처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 통화구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듯이나비도날아가리라. 이런말이결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 오감도 시제11호그사기컵은내해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었을때내팔에서는난데
- 오감도 시제12호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텅이공중으로날아떨어진다. 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
- 오감도 시제13호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 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당하는것
- 오감도 시제14호고성(古城)앞에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모자를벗어놓았다. 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을매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 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 문득성밑내모자곁에한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이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 걸인은성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 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 공중을향하여놓인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을부른다. 별안간걸인은율률(慄慄)한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 나는벌써기절하였다. 심장이두개골속으로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 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 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워지지않았다.
- 오감도 시제15호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