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오감도 시제13호

이상1910–1937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 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당하는것 처럼새파랗다. 이렇게하여잃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대(燭臺)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하여놓았다. 팔은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을내는것만같다. 나는이런얇다란예의를화초분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면도칼을 든 채 떨어진 내 팔을 촛대처럼 장식해 둔 방. 섬뜩하고도 쓸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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