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시제15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 화가내꿈의백지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속에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영어(囹圄)되어있듯이그도나때문에영어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가리켰다. 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 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 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 여섯 토막에 걸쳐 끝내 서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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