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나의 노래

한용운1879–1944

나의 노랫가락의 고저장단은 대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속의 노래 곡조와는 조금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노래가 세속 곡조에 맞지 않는 것을 조금도 애달파하지 않습니다 나의 노래는 세속의 노래와 다르지 아니하면 아니되는 까닭입니다 곡조는 노래의 결함을 억지로 조절하려는 것입니다 곡조는 부자연한 노래를 사람의 망상으로 토막쳐 놓는 것입니다 참된 노래에 곡조를 붙이는 것은 노래의 자연에 치욕입니다 님의 얼굴에 단장을 하는 것이 도리어 흠이 되는 것과 같이 나의 노래에 곡조를 붙이면 도리어 결점이 됩니다 나의 노래는 사랑의 신(神)을 울립니다 나의 노래는 처녀의 청춘 쥡짜서 보기도 어려운 맑은 물을 만듭니다 나의 노래는 님의 귀에 들어가서 천국의 음악이 되고 님의 꿈에 들어가서는 눈물이 됩니다 나의 노래가 산과 들을 지나서 멀리 계신 님에게 들리는 줄을 나는 암니다 나의 노랫가락이 바르르 떨다가 소리를 어르지 못할 때에 나의 노래가 님의 눈물겨운 고요한환상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압니다 나는 나의 노래가 님에게 들리는 것을 생각할 때에 광영에 넘치는 나의 작은 가슴은 발발발 떨면서 침묵의 음보(音譜)를 그립니다

곡조에 맞지 않는 나의 노래가 오히려 참된 노래라고 말하는, 시에 대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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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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