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1879~1944)은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어서 출가해 승려가 되었고, 호는 만해입니다. 1919년 3·1 운동 때 독립선언서에 이름을 올린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 일로 옥고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을 펴냈습니다.
'님'은 누구인가
『님의 침묵』의 시들은 모두 떠나간 '님'을 향해 말합니다. 그런데 그 님이 누구인지는 정해 주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나라로 읽는 사람도 있고, 깨달음이나 부처로 읽는 사람도 있으며, 그냥 사랑하는 사람으로 읽어도 시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한용운 스스로 시집 머리말에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그리운) 것은 다 님이라는 뜻의 말을 남겼습니다.
이 시는 이별의 슬픔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슬픔의 힘을 옮겨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끝내 '임은 갔지만은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선언합니다. 떠났지만 보내지 않았다는 말 속에, 빼앗긴 것을 끝까지 놓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물음으로 된 시
「알 수 없어요」는 한 줄 한 줄이 물음입니다. 바람도 없는데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인지, 장마 끝 구름 틈의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인지 묻습니다. 답을 말하지 않아서, 읽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답을 품게 되는 시입니다.
북쪽을 향한 집, 심우장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서울 성북동의 집 '심우장'은 볕이 드는 남쪽이 아니라 북쪽을 향해 있습니다. 남쪽에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마주 보기 싫어서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광복을 한 해 앞둔 1944년, 이 집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옛 시 서가에는 그가 집 이름을 두고 쓴 짧은 시 「심우장」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