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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를 써 보는 분께

시한잔 · 2026년 9월 27일

시를 써 보고 싶은데 막상 빈 화면 앞에 앉으면 손이 멈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시는 특별한 사람만 쓰는 글이 아닙니다. 오늘 본 것 하나, 오늘 든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처음 쓰는 분께 도움이 될 만한 요령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큰 말 대신 작은 장면을

'그리움', '사랑', '인생' 같은 큰 낱말로 시작하면 글이 금세 막힙니다. 대신 장면 하나를 적어 보세요. 식탁 위에 식어 가는 찻잔, 퇴근길 버스 창에 맺힌 김, 어머니가 쓰시던 돋보기. 장면이 구체적일수록 읽는 사람은 그 장면 속 마음을 스스로 느낍니다.

정지용의 「향수」는 '그립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실개천, 황소 울음, 질화로 같은 장면만 늘어놓는데도 읽는 사람은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정지용, 「향수」 전문 읽기

2. 한 편에는 한 가지 마음만

기쁨도 슬픔도 미안함도 한 편에 다 담으려 하면 어느 것도 선명해지지 않습니다. 이번 시에서는 한 가지만 붙잡으세요. 나머지는 다음 시의 몫입니다.

3. 짧게 써도 됩니다

세 줄짜리 시도 훌륭한 시입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짧게 쓰는 편이 좋습니다. 다 쓰고 나서 빼도 뜻이 통하는 낱말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빼도 되는 말을 빼면 남은 말이 더 크게 들립니다.

4. 소리 내어 읽어 보기

다 썼다면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입에서 걸리는 곳이 있으면 그곳이 고칠 자리입니다. 줄을 어디서 바꿀지도 읽어 보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숨이 멈추는 곳이 줄이 바뀌는 곳입니다.

5. 제목은 마지막에

제목을 먼저 정하면 시가 제목에 끌려갑니다. 본문을 다 쓴 뒤, 시 안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낱말을 제목으로 올려 보세요. 제목이 본문의 첫 줄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으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보여 주기

시는 누군가 읽어 줄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시한잔에 올리면 다른 분들이 읽고 따뜻한 마음을 건네 줍니다. 잘 쓴 시보다 솔직한 시가 더 오래 사랑받는 곳입니다. 다만 다른 분이 쓴 시를 옮겨 올리는 것은 안 됩니다. 내가 쓴 시만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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