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향수

정지용1902–19502번 읽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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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목소리로 만든 낭송입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실개천, 황소 울음, 늙으신 아버지. 다섯 번 되뇌는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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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지광』, 1927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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