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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의 옛 맞춤법, 이렇게 읽으면 쉬워요

시한잔 · 2026년 9월 27일

시한잔의 옛 시 서가에 있는 시들은 대부분 1920~1940년대에 발표되었습니다. 지금의 한글 맞춤법(1988년 고시)보다 훨씬 전이라, 같은 말도 다르게 적힌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시인이 쓴 말결을 지키기 위해 옛 표기를 되도록 그대로 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도 몇 가지 규칙만 알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1. 'ㅅ'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 사이시옷

'해ㅅ살', '봄ㅅ바람', '물레ㅅ북'처럼 낱말 사이에 'ㅅ'이 홀로 있는 표기를 자주 만납니다. 지금이라면 앞 글자 받침으로 붙여 적는 사이시옷입니다. '해ㅅ살'은 '햇살', '봄ㅅ바람'은 '봄바람', '뒤ㅅ동산'은 '뒷동산'으로 읽으면 됩니다.

2. 소리 나는 대로 이어 적은 말

당시에는 낱말의 원래 모양보다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일이 흔했습니다. '업는'은 '없는', '니저'는 '잊어', '갓치'는 '같이', '씨서'는 '씻어'입니다.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대부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눈보다 귀가 먼저 알아채는 셈입니다.

3. 머리에 붙은 'ㄴ'과 '녀·니'

'녯날'은 '옛날', '니야기'는 '이야기', '닐으다'는 '이르다'입니다. 지금은 첫소리에서 떨어져 나간 'ㄴ'이 그때는 남아 있었습니다. '하눌'은 '하늘', '나븨'는 '나비', '누의'는 '누이'처럼 모음이 조금 달리 적힌 말도 많습니다.

4. 그때만 쓰던 낱말

표기가 아니라 낱말 자체가 지금 잘 안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지용 시에 자주 나오는 '누뤼'는 '우박', 김소월의 '가람'은 '강', '메'는 '산'입니다.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앞뒤 장면으로 뜻을 짐작해 보세요. 시에서는 사전의 뜻보다 그 말이 놓인 자리가 더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마른 새삼넝쿨 새이 새이로
빠알간 산새새끼가 물레ㅅ북 드나들 듯.
정지용, 「이른 봄 아침」 전문 읽기

5. 괄호 속 한자

원문에 한자로 적힌 말은 우리가 '한글(漢字)' 모양으로 풀어 적었습니다. 예를 들어 '江邊'은 '강변(江邊)'으로 보입니다. 한자를 몰라도 앞의 한글만 읽으면 되고, 한자는 뜻을 더 알고 싶을 때 참고하시면 됩니다.

옛 표기는 불편함이 아니라 그 시대의 목소리입니다. 천천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백 년 전 시인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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