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이른 봄 아침

정지용1902–1950

귀에 설은 새소리가 새여 들어와 참한 은시게로 자근자근 얻어맞은듯, 마음이 이일 저일 보살필 일로 갈러저, 수은방울처럼 동글 동글 나동그라저, 춥기는 하고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쥐나 한마리 훔켜 잡을 듯이 미다지를 살포 - 시 열고 보노니 사루마다 바람 으론 오호! 치워라. 마른 새삼넝쿨 새이 새이로 빠알간 산새새끼가 물레ㅅ북 드나들 듯. 새새끼 와도 언어수작을 능히 할가 싶어라. 날카롭고도 보드라운 마음씨가 파다거리여. 새새끼와 내가 하는 에스페란토는 회파람이라. 새새끼야, 한종일 날어가지 말고 울어나 다오, 오늘 아침에는 나이 어린 코끼리처럼 외로워라. 산봉오리 ― 저쪽으로 돌린 푸로우피일 ― 페랑이꽃 빛으로 볼그레 하다, 씩 씩 뽑아 올라간, 밋밋 하게 깎어 세운 대리석 기둥 인듯, 간ㅅ뎅이 같은 해가 익을거리는 아침 하늘을 일심으로 떠바치고 섰다, 봄ㅅ바람이 허리띄처럼 휘이 감돌아서서 사알랑 사알랑 날러 오노니, 새새끼도 포르르 포르르 불려 왔구나.

새소리에 깬 이른 봄 아침, 산새 새끼와 휘파람으로 나누는 대화. 외롭고도 환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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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7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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