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알 수 없어요

한용운1879–19441번 읽힘

낭송으로 듣기

AI 목소리로 만든 낭송입니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오동잎, 구름, 시냇물, 저녁놀마다 '누구의' 흔적인지 묻는 시.

이 시가 좋았다면

생각 나누기

이 시를 읽고 든 생각, 떠오른 기억을 자유롭게 남겨 주세요. 서로의 감상을 존중해 주세요.

아직 남겨진 생각이 없어요. 첫 마음을 남겨 주세요.

출처

『님의 침묵』, 192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공유마당에서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