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푸른언덕가으로

홍사용1900–1947

어둔 밤 밝은 낮 어둡고 밝은 그림자에 괴로운 냄새, 슬픈 소리, 쓰린 눈물로 뒤섞여 뒤범벅 같게. 돌아다 보아도 우리 시고을은 어디멘지 꿈마다 맺히는 우리 시고을 집은 어느 메쯤이나 되는지 떠날 제 '가노라' 말도 못 해서 만날 줄만 여기고 기다리는 커다란 집 찬 밤을 어찌 다 날도 새우는지 지난 일 생각하면 가슴이 뛰놀건만 여위인 이 볼인들 비쳐 낼 줄 있으랴 멀고 멀게 자꾸자꾸 흐르니 속 쓰린 긴 한숨은 그칠 줄도 모르면서 길고 길게 어디로 끝끝내 흐르기만 하랴노- 퍼런 풀밭에서 방긋이 웃는 이 계집아해야 무궁화 꺾어 흘리는 그 비밀을 그 비밀을 일러라 귀밑머리 풀기 전에­

어둡고 밝은 그림자 속에 떠도는 나그네가 꿈마다 고향 집을 찾습니다. 무궁화를 꺾는 소녀에게 비밀을 묻는 끝이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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