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어떠한 날까지

박인환1926–1956

─ 이 중위의 만가(輓歌)를 대신하여 ─ 형님 저는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 ─ 이런 이야기를 하던 날 바다가 반사된 하늘에서 평면의 심장을 뒤흔드는 가늘한 기계의 비명이 들려왔다 20세의 해병대 중위는 담배를 피우듯이 태연한 작별을 했다. 그가 서부전선 무명의 계곡에서 복잡으로부터 단순을 지향하던 날 운명의 부질함과 생명과 그 애정을 위하여 나는 이단의 술을 마셨다. 우리의 일상과 신변에 우리의 그림자는 명확한 위기를 말한다 나와 싸움과 자유의 한계는 가까우면서도 망원경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생명의 고집에 젖어버렸다 죽음이여 회한과 내성의 절박한 시간이여 적은 바로 나와 나의 일상과 그림자를 말한다. 연기와 같은 검은 피를 토하며…… 안개 자욱한 젊은 연령의 음영에…… 청춘과 자유의 존엄을 제시한 영원한 미성년 우리의 처참한 기억이 어떠한 날까지 이어갈 때 싸움과 단절의 들판에서 나는 홀로 이단의 존재처럼 떨고 있음을 투시한다.

전사한 이 중위를 위한 만가. "형님 저는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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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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