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남풍

박인환1926–1956

거북이처럼 괴로운 세월이 바다에서 올라온다 일찍이 의복을 빼앗긴 토민(土民) 태양 없는 마레 ─ 너의 사랑이 백인(白人)의 고무원(園)에서 소형(素馨)처럼 곱게 시들어졌다 민족의 운명이 크메르 신의 영광과 함께 사는 앙코르와트의 나라 월남인민군 멀리 이 땅에도 들려오는 너희들의 항쟁의 총소리 가슴 부서질 듯 남풍이 분다 계절이 바뀌면 태풍은 온다 아시아 모든 위도(緯度) 잠든 사람이여 귀를 기울여라 눈을 뜨면 남방(南方)의 향기가 가난한 가슴팍으로 스며든다

거북이처럼 괴로운 세월이 바다에서 올라옵니다. 빼앗긴 땅의 사람들을 향한 남쪽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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