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검은 강

박인환1926–1956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종의 노정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정욕처럼 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불순한 욕망이 반사되고 농부의 아들은 표정도 없이 폭음과 초연이 가득 찬 생과 사의 경지에 떠난다. 달은 정막보다도 더욱 처량하다. 멀리 우리의 시선을 집중한 인간의 피로 이루운 자유의 성채 그것은 우리와 같이 퇴각하는 자와는 관련이 없었다.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저 달 속에 암담한 검은 강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전선으로 가는 이와 반대쪽 열차에 앉은 사람의 부끄러움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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