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부엉이 운다

박용철1904–1938

1 부엉이 운다 부엉이 운다 밤은 깊으고 바람은 불고 구름 덮인데 부엉이 운다 눈은 엿같이 몸이 엉기는 어둠 가운데 부엉이 운다 어둠 가운데 외딴집 하나 불은 희미히 창을 비춘다 부엉이 운다 불이 깜박인다 부엉이 운다 불이 까물친다 2 부엉이 운다 부엉이 운다 이슬에 젖어 측은한 풀잎 쓰러져 눕고 부엉이 운다 검은 땅에서 모를 그림자 뽑아오르고 부엉이 운다 무덤가에서 헤매는 늑대 꼬리 늘이고 고개 숙이고 부엉이 운다 불이 깜박인다 부엉이 운다 불이 까물친다 3 부엉이 운다 오 ─ 무엇을 부르는 울음 네 ─ 무엇을 불러내느냐 부엉이 운다 부엉이 운다 모든 이야기 가운데 사는 머리푼 귀신 피묻힌 귀신 부엉이 운다 부엉이 운다 구름 밑에서 땅 우에까지 키를 뻗지른 귀신상같이 휘 ─ 휙 불어 지나는 바람 부엉이 운다 불이 깜박인다 부엉이 운다 불이 까물친다 오 ─ 불은 아주 사라져버리다 부엉이 운다 부엉이 운다

깊은 밤 외딴집의 희미한 불빛과 부엉이 울음. 되풀이되는 소리가 점점 으스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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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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