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단상1

박용철1904–1938

가끔 가끔(새삼스리) 살기가 싱거워집니다 그렇다고 앨써 죽기야 또 어찌합니까 그러기에 한 다리를 끌고 절름발이 걸음을 걷습니다 잊고 살다가도 돌쳐보면 싱거웁지요 앨써 살 값도 없지요마는 그렇다고 앨써 죽기는 또 힘들지요 우리 웃음은 속이 비이고 기쁘단 말은 자전(字典)에서도 지워지오 나는 아주 비관하기로 결심을 했소

살기가 싱거워지는 날이 있어도 애써 죽기도 어렵다는, 쓴웃음 섞인 짧은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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