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눈이 어리게 아장거리는 애기같이 비척여 나려올 때 나는 가슴을 풀어놓아 이를 맞습니다 눈이 파슬거리는 소리를 내며 쌀쌀히 뿌려올 때에 나의 차가운 이마는 그 외로운 생각에 잠깁니다 눈이 가벼운 옷자락을 오히려 꽃잎같이 휘날릴 때면 나는 저 순결 속에 어디 그런 방탕한 몸짓이 감추였나 의심합니다 내가 천년 앞서 나의 사포와 꽃없는 언덕을 거닐 적에 눈은 그 흠없는 비단을 우리 위해 얇게 깔아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우이를 걸었습니다 발자취도 남기지 않고 우리는 팔팔팔 피어올라 그 우이를 날아갔습니다 눈이 고요와 광명을 어울러 짠 무늬를 땅 우에 펼 때 아무도 손 닿을 수 없이 높은 저 별을 딸 수는 없습니다
아기처럼, 꽃잎처럼, 비단처럼 내리는 눈. 눈을 맞이하는 여러 마음을 차례로 적었습니다.

생각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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