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겨울의 모경

이장희1900–1929

─ 도회시편(都會詩篇) 큰 거리는 저물은 연기에 젖어 동정(動靜)이 몽롱하고 녹슬은 무쇠 같은 둔중(鈍重)한 냄새가 잠겨 흐른다 그러나 가다가는 앓는 소리 은은한 전차(電車)가 물오른 풀잎 같은 뾰죽한 신경(神經)을 드러내고 때아닌 푸른 꽃을 허공(虛空)에 날리기도 한다 길바닥은 얼어서 죽은 구렁이같이 뻗으러졌고 그 위를 세찬 바람이 돛을 달고 달아나면 야릇한 군소리가 눈물에 떨어 그윽히 들린다 잘 지절대고 하이칼라인 제비의 유영(幽靈)이 불룩한 검정 외투(外套)를 휘감고 비틀거리는 사이에 있어서 흐린 은(銀)결같이 희스름한 옷 그림자가 고요히 움직인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너머로 핏줄 선 눈알같이 불그레함은 마지막으로 넘어가는 날볕의 얼굴이 숨어 있음이라 이들 눈에 드는 모든 것이 저마다 김을 뿜어서 그는 유등(幼燈)의 영사막(映寫膜)이며 심울(沈鬱)한 뎃상을 보는 듯하다

저물녘 겨울 도시를 그린 '도회시편'. 전차, 얼어붙은 길, 외투 입은 사람들이 흐린 영화처럼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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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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