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서
낡은 초집 벽(壁)에 피로 쓴 글씨 그 동안 많지 않은 세월에도 벌써 곰팡이 피어 잘 보이지 않나니. 인생(人生)의 길은 약속(約束) 없고 허다(許多)히 지나는 비바람에 이 벽(壁)마저 무너지면 외나무다리 걸어온 내 집 역사(歷史)를 어디에서 또 더듬으리오. 두 손에 촛불 들고 깊은 밤 낙엽(落葉)에 꿇어앉아서 삼가이 내 다시 글을 읽을 제 할아버지 허 ─ 연 수염이 바람에 날리다.
낡은 초가 벽에 피로 쓴 글씨. 무너져 가는 집안의 역사를 촛불 들고 더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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