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반달과 소녀

한용운1879–1944

옛버들의 새가지에 흔들려 비치는 부서진 빛은 구름 사이의 반달이었다. 뜰에서 놀든 어엽분 소녀(少女)는 「저게 내 빗(梳)이여」하고 소리쳤다. 발꿈치를 제겨드듸고 고사리같은 손을 힘있게 들어 반달을 따려고 강장강장 뛰었다. 따려다 따지 못하고 눈을 할낏 흘기며 손을 놀렸다. 무릇각시의 머리를 씨다듬으며

구름 사이 반달을 제 빗이라며 따려고 뛰어오르는 어린 소녀. 귀엽고 맑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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