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일경초

한용운1879–1944

나는 솔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팽이로 한줄기 풀을 부질럿다 풀은 아모 반항(反抗)도 원망(怨望)도업다 나는 부러진 풀을 슯어한다 부러진 풀은 영원(永遠)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팽이로 부질느지 아니하얏스면 풀은 맑은바람에 춤도추고 노래도하며 은(銀)가튼 이슬에 잠자고 키쓰도 하리라 모진 바람과 찬 서리에 꺽기는 것이야 엇지하랴마는 나로 말매암아 꺽거진풀을 슯어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엄을 슯어한다 인인지사(仁人志士) 영웅호걸(英雄豪傑)의 죽엄을 더욱 슯어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모 반항(反抗)도 원망(怨望)도 업는 한줄기풀을 슯어한다

지팡이로 무심코 꺾은 풀 한 줄기. 반항도 원망도 없이 꺾인 풀을 슬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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