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땅거미

김영랑1903–1950

가을날 땅거미 아렴풋한 흐름 위를 고요히 실리우다 훤뜻 스러지는 것 잊은 봄 보랏빛의 낡은 내음이요 임의 사라진 천리 밖의 산울림 오랜 세월 시닷긴 으스름한 파스텔 애닯은 듯한 좀 서러운 듯한 오! 모두 다 못 돌아오는 먼 ─ 지난날의 놓친 마음

가을 땅거미에 실려 스러지는 것들. 잃은 봄의 내음, 사라진 님의 산울림, 다시 못 올 지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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