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추억만이

변영로1898–1961

모든 현실(現實)은 영원(永遠)히 아이비(藤)의 그늘로 가리워져라 그리하여 이슬같은 추억(追憶)만이 그의 슬픈 광영(光榮) 가운데서 혼절(昏絶)케 하여라. 생(生)이란 그윽하고 먼 기억과 기억과의 연쇄(連鎻)인 것뿐 그리하여 이론(理論)과 사실(事實)의 횃불이 우리에게 쪼일 제, 우리는 움츠러진다― 햇빛에 내치어진 올빼미 모양으로. 그러므로 환상(幻像)을 더 분명(分明)히 보려고, 우리는 눈을 곱게 감는 것이 아니냐? 석모(夕暮)의 찬연(燦然)한 광영(光榮) 가운데서는 우리는 경건(敬虔)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느냐? 아, 모든 현실(現實)은 영원(永遠)히 영원(永遠)히 보라빛 금(金)빛의 얇은 깁으로 가리워져라 그리하여 어렴풋한 추억(追憶)만이 곱게 그윽하게 살게 하여라 !

모든 현실은 가려지고 추억만이 곱게 살아 있으라는 시. 눈을 감아야 더 분명히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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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2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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