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돐은 되었건만

변영로1898–1961

이 아기 가여운 요 아기 걷기는커녕 기지도 못하네 기기는커녕 서지도 못하고 서기는커녕 앉지도 못하며 앉기는커녕 엎치지도 못하네 무삼 아기 이리도 늦되는가 아비 탓일까? 어미 까닭일까? 이도 그도 저도 아니라면 애받이(產婆) 서툴러서일까? 가난한 집에 기구 있을리 없건만 부르지 않은 애받이 둘이나 되어 ! 서로 받고 서로 씻기며 한 태(胎)를 둘이 가르는 서슬 어느 틈 어느 겨를 어느 사이엔지 아기 모양 야릇케도 된데다가 서고 기고 앉고 엎치기는새례 눈도 못뜨고 귀조차 트이지 않었네 어느덧 돐은 되었건만 !

돌이 되었는데도 기지도 서지도 못하는 아기. 둘로 갈라진 해방 뒤 나라를 빗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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