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어둠에서 어둠으로

변영로1898–1961

형체도 없이 비추이던 그 불빛 흔적도 없이 나가는가 그 불빛 한층 더 깊고 짙어지는 그 어둠 밀물과 같이 다가드네 다가들어 어둠과 싸움 몇 핼는가 벗이어 몇몇해나 더 싸우려나 그 어둠 어둠에 묻혀 낮밤없던 그 어둠 더듬다가만 끝낼것가 자질것가 올빼밀망정 보건마는 밤중엔 두 눈 뜬 채 보느냐 못보느냐 불행(不幸)한 겨레 불빛 등진 이 겨레 광명(光明)을 찾아 끝도 없이 헤매인다. 그 어느 때나 우리 마음 날 벼러 날카론 칼로 두턴 장막(帳幕) 베이듯 앞으로 뒤로 에운 어둠 가르리 눈부신 태양(太陽) 둥두렷이 뜰 때까지 킨 적도 없이 비추이던 그 불빛 분 재도 없이 꺼지는가 그 불빛 손에 쥐일듯 짙어지는 그 어둠 재액(災厄) 같이도 닥쳐들리 밀려오리.

더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불빛을 잃은 겨레. 날카로운 칼로 장막을 가르듯 어둠을 가르자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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