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고요커라 오는 새해여!

변영로1898–1961

불 없는 제석(除夕) 홀로 누어 지난 한 해 돌아보니 어둔 밤 감는 눈에도 미웁던 그 모습 앞을 서네 암혈(闇穴)에서 나왔는지 태어나길 습지(濕地)선지 눈도 코도 없는 어둔 아들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샛길이면 샛길 큰거리면 큰거리 사람의 앞을 서고 뒤를 따라 흰 겨레 그지없이 떨게하는 불안(不安)과 공포(恐怖)의 무자년(戊子年) ! 떠나거라 회정(廻程) 없을 너의 길을 오는 새해 길손 편케 떠나거라 ! 고요커라 오는 기축(己丑)의 새해여 ! 빛나거라 오는 기축(己丑)의 새봄이여 !

불안과 공포의 한 해를 보내며 고요한 새해, 빛나는 새봄을 비는 섣달그믐 밤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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