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삼십팔도선
피와 눈물로 못 지우면 <나> 없는 자제(自制)와 정념(情念)으로라도 그 미운 금 지우련만─ 나라를 건지려길래 겨레를 살리려길래 너, 나 없을 이 때 이 무렵 서로 노리고 서로 흘겨봄 이 무슨 가엾은 모습이냐?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남북양단(南北兩斷) 저 삼십팔도선(三十八度線)은 북극(北極)곰 발톱으로 그은 것도 아니오 사바나 야우(野牛) 뿔로만 패여진 것 아니다─ 우리 마음의 이북이남(以北以南) 없었던들 정(正)앞의 사(邪)와도 같이 빛앞의 어둠과도 같이 쫓기리 사라지리 물러가리 볼상사난 저 삼십팔도선(三十八度線)! 측후소(測候所)의 바람개비 같이 바람부는 대로 이쪽저쪽 제 뜻 아닌 채 돌고돌고 또 도는 작다란 양심(良心)ㆍ때묻은 아시타비(我是他非) 촌지척우(寸智尺愚) 이족수(二足獸)들 제값 부르는 정치행상(政治行商)들께 안 속는다 속는 우리 겨레 어두웁다 한(恨)치 말라 탄치도 말라 먼동은 트이거니 해 안 뜨랴 마음의 삼십팔도선(三十八度線) ! 피와 눈물로 못 지운다면 드높은 극기심(克己心)과 기백(氣魄)으로 그 미운 금 지우려니…… 나라를 망(亡)치지 않을진댄 겨레를 죽이지 않을진댄 고우나 미우나 한 형제(兄弟)인 바에 서로 안고 끼어 헤어지지 말자 가던 불행(不幸) 되오기 전에 !
피와 눈물로 못 지운다면 극기와 기백으로라도 지우자는 마음의 삼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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