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조선의 천재여 신계같이 오너라

변영로1898–19611번 읽힘

1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너의 겨레의 부끄러운 사슬 풀으려 전설(傳說) 가운데 의(義)로운 무사(武士)와 같이 오,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오너라, 오너라. 2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예올너쓰>야. 갖은 바람의 모든 고운 선율(旋律) 앗아다가 시끄러운 현대소음(現代騷音)에 귀먹은 우리에게 만파식적(萬波息笛) 그윽한 곡조 아뢰어라. 3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푸로메디우스>야. 푸른 하늘의 불새 알뜰히 긁어모아 불의(不義)의 발걸음 밤을 타서 들어옴 막으러 삼천리(三千里) 둘러 성결(聖潔)한 불의 담 쌓아라. 4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너의 산하(山河) 남의 것보다 덜 고우냐 너의 누이와 형제(兄弟) 어느 뉘게 빠지더냐 입이걸랑 기리우고 손이걸랑 거리어라. 5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꾸템벅>판(版)보다 오랜 보배로운 서적(書籍) 무슨 소용이며 희랍(希臘) 이마에서 계관(桂冠) 앗으는 고문화(古文化)였기로 무엇하리 너의 천재(天才) ! 현재(現在)의 어둠 헤치지 않으면 ! 6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바위를 때려 맑은 샘 용솟음치게 하여라 너의 마르고 거칠은 동산 물 줄 이 누구냐 오,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 끝 없는 노고자(勞苦者)여. 7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미지근한 사랑보다 참된 분노(憤怒) 가지고 엷은 기쁨보다는 크고 깊은 번뇌(煩惱) 가지고 오너라. 만악(萬惡)의 여신(女神) 찾아가던 「퍼─수쓰」같이 ! 8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지나간 날 광영(光榮)의 후광(後光) 떼어 버리고 장차 올 날의 헛 새벽 빛도 바라보지 말아라 아프게 아프게도 <현재(現在)>의 어둠과 싸워라. 9 오,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어디 가서 안 오느냐. 푸른 하늘에 속절없이도 갇혀 있느냐 안 건널 강(江) 건너다가 행여 낭패 하였느냐 오,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어디 가 소식(消息)조차 없느냐. 10 오,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어디 가서 아니 오나 오다 밤이슬 새벽안개 옷 젖어 아니 오나 저녁 붉은 놀(황혼(黃昏)의 궁(宮))에 거니노라 아니 오나 오, 조선(朝鮮)의 천재(天才)여 신계(神啓) 같이 오너라.

의로운 무사처럼, 신의 계시처럼 오라는 조선의 천재를 부르는 열 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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