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편지
“서늘해진 아침 공기 사이로 따스한 숨 한 모금 보냅니다.”밤편지의 시
- 서늘해진 아침 공기 사이로 따스한 숨 한 모금 보냅니다. 그늘진 마음에 닿아 가만히 온기가 되기를 바라며.
- 골목 어귀를 지키던 흰 불빛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새어나오던 조그만 온기를 외투 깊숙이 쥐고 걸어왔습니다 밤새 식지 않은 캔 하나를 찬 이슬 맺힌 길목에 내려놓으며 말없이 어깨를 웅크린 당신에게 가만히 건네어 봅니다
- 서리 덜 깬 마당 한편에 절인 잎들이 차갑게 누워 있습니다 붉은 속을 켜켜이 채워 묵묵히 건네주는 손 두 뺨 위로 번지는 입김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엉깁니다 겨울을 건널 것들이 차곡차곡 어둠 속으로 묻힙니다
- 찬 바닥에 놓인 구두는 한쪽만 비스듬히 닳아 있습니다 새벽 공기가 가만히 와 닿는 주름진 가죽의 틈마다 어제의 바깥이 남아 있고 혼자 짊어졌을 무게를 차마 묻지 못하여 조용히 코를 모아 둡니다
- 모두가 지나간 뒤에야 골목 끝 불이 들어왔습니다 어둠을 더듬어 오던 걸음이 잠시 멈칫할 만큼 환하지도 않은 주황빛이 시린 발등을 가만히 덮습니다 혼자 건너온 그 길은 헛되지 않았다는 듯 말없이 낮은 자리를 데워 줍니다
- 창을 열어 두었습니다 들어오라고 무엇이든 오늘은 다 받겠다고
- 하루 중 가장 정직한 시간 잘한 일보다 미안한 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 숨소리를 세다가 나도 잠이 듭니다 곁이란 그런 것인가 봅니다
- 이미 없어진 빛이라도 지금 내게 닿으면 그건 있는 것입니다
- 끓인 물을 따르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밤새 뒤척이던 이름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시간, 화요일의 푸른 빛은 떨어진 잎새 끝을 적시고 건네지 못한 한마디가 잔 바닥에 무겁게 멎습니다.
- 창틀에 내려앉은 공기가 차갑습니다 식어버린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돌아오지 않을 요일을 셉니다 바깥은 마른 잎 지는 소리뿐 내일의 빛이 번지기 전에 적다 만 이름을 가만히 접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밤이 혼자 깊어집니다
- 새벽이 물러간 골목에 서늘한 볕이 먼저 듭니다. 마른 잎 구르는 소리에 일요일이 조용히 번져 와요. 덜 깬 공기 속에서 식은 찻잔을 쥐고, 차마 적지 못한 문장을 창가에 가만히 얹어 둡니다.
- 잘 지내냐고 묻고 싶은 밤 묻지 않는 것도 하나의 안부라 여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