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무신

김소월1902–1934

그대가 돌이켜 물을 줄도 내가 아노라, 무엇이 무신(無信)함이 있더냐? 하고, 그러나 무엇하랴 오늘날은 야속히도 당장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그것을, 물과 같이 흘러가서 없어진 맘이라고 하면. 검은 구름은 메기슭에서 어정거리며, 애처롭게도 우는 산(山)의 사슴이 내 품에 속속들이 붙안기는 듯. 그러나 밀물도 쎄이고 밤은 어두워 닻 주었던 자리는 알 길이 없어라. 시정(市井)의 흥정 일은 외상(外上)으로 주고받기도 하건마는.

흘러가 버린 마음을 두고 무신(無信)을 묻는 그대에게. 닻 내린 자리조차 알 길 없는 이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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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5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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