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북

김영랑1903–1950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마저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는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長短)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伴奏)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데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오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소리꾼과 고수가 숨결을 맞추는 판소리 한 판. 북은 반주가 아니라 오히려 지휘자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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