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싸늘한 이마

박용철1904–1938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듯 눈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온몸은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燐光) 까만 귀또리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기쁨이랴 파란 불에 몸을 사루면 싸늘한 이마 맑게 트이여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기리는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한 즐검이랴

큰 어둠 속에 홀로 켠 불빛 같은 외로움. 산꽃 한 포기, 귀뚜라미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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