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폭풍우를 기다리는 마음

이상화1901–1943

오랜 오랜 옛적부터 아, 몇 백년 몇 천년 옛적부터 호미와 가래에게 등심살을 벗기이고 감자와 기장에게 속기름을 빼앗긴 산촌(山村)의 뼈만 남은 땅바닥 위에서 아직도 사람은 수확(收穫)을 바라고 있다. 게으름을 빚어내는 이 늦은 봄날 '나는 이렇게도 시달렸노라……' 돌멩이를 내보이는 논과 밭--- 거기서 조으는 듯 호미질하는 농사짓는 사람의 목숨을 나는 본다. 마음도 입도 없는 흙인 줄 알면서 얼마라도 더달라고 정성껏 뒤지는 그들의 가슴엔 저주를 받을 숙명(宿命)이 주는 자족(自足)이 아직도 있다. 자족이 시킨 굴종(屈從)이 아직도 있다. 하늘에도 게어른 흰구름이 돌고 땅에서도 고달픈 침묵이 까라진 오---이런 날 이런 때에는 이 땅과 내 마음의 우울(憂鬱)을 부술 동해에서 폭풍우나 쏟아져라---빈다.

수천 년 시달린 메마른 땅과 그 위의 농부들. 이 우울을 부술 폭풍우가 동해에서 쏟아지기를 빕니다.

이 시가 좋았다면

생각 나누기

이 시를 읽고 든 생각, 떠오른 기억을 자유롭게 남겨 주세요. 서로의 감상을 존중해 주세요.

아직 남겨진 생각이 없어요. 첫 마음을 남겨 주세요.

출처

1925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공유마당에서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