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시인에게

이상화1901–1943

한 편의 시 그것으로 새로운 세계 하나를 낳아야 할 줄 깨칠 그 때라야 시인아, 너의 존재가 비로서 우주에게 없지 못할 너로 알려질 것이다. 가뭄 든 논에는 청개구리의 울음이 있어야 하듯. 새 세계란 속에서도 마음과 몸이 갈려 사는 줄 풍류만 나와 보아라. 시인아, 너의 목숨은 진저리나는 절름발이 노릇을 아직도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일식된 해가 돋으면 뭣하며 진들 어떠랴. 시인아, 너의 영광은 미친 개 소리도 밟는 어린애의 짬 없는 그 마음이 되어 밤이라도 낮이라도 새 세계를 낳으려 손댄 자국이 시가 될 때에 있다. 촛불로 날아들어 죽어도 아름다운 나비를 보아라.

시 한 편으로 새 세계 하나를 낳아야 한다는, 시인에게 보내는 당부. 촛불에 뛰어드는 나비를 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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