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타고
사람만 다라와질 줄로 알았더니 필경에는 믿고 있던 하늘까지 다라와졌다. 보리가 팔을 벌리고 달리다가 달리다가 이제는 곯아진 몸으로 목을 댓자나 빠주고 섰구나! 반갑지도 않은 바람만 냅다 불어 가엽게도 우리 보리가 달증이 든 듯이 노랗다. 풀을 뽑느니 이랑에 손을 대 보느니 하는 것도 이제는 헛일을 하는가 싶어 맥이 풀려만 진다. 거름이야 죽을 판 살 판 거루어 두었지만 비가 안 와서 - 원수 놈의 비가 오지 않아서 보리는 벌써 목이 말라 입에 대지도 않는다. 이렇게 한 창 동안만 더 간다면 그만 - 그만이다, 죽을수 밖에 없는 노릇이구나! 하늘아, 한 해 열 두 달 남의 일 해주고 겨우 사는 이 목숨이 곯아 죽으면 네 맘에 시원할 게 뭐란 말이냐. 제발 빌자! 밭에서 갈잎 소리가 나기 전에 무슨 수가 나주어야 올해는 그대로 살아 나가 보세!
가뭄에 타들어 가는 보리밭 앞에서 하늘에 따지는 농부의 목소리. 절박함이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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