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님의 얼굴

한용운1879–1944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 어여쁘다는 말은 인간 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 자연은 어찌하여 그렇게 어여쁜 님을 인간으로 보냈는지 아무리 생각하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자연의 가운데에는 님의 짝이 될 만한 무엇이 없는 까닭입니다 님의 입술 같은 연꽃이 어디 있어요 님의 살빛 같은 백옥이 어디 있어요 봄 호수에서 님의 눈결 같은 잔물결을 보았습니까 아침볕에서 님의 미소 같은 방향(芳香)을 들었습니까 천국의 음악은 님의 노래의 반향(反響)입니다 아름다운 별들은 님의 눈빛의 화현(化現)입니다 아아 나는 님의 그림자여요 님은 님의 그림자밖에는 비길만한 것이 없습니다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

'어여쁘다'는 말로는 모자란 얼굴.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님을 말하려 애쓰는 사랑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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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님의 침묵』, 192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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