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포도주

한용운1879–1944

가을 바람과 아침볕에 마치 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고이는 향기는 가을 하늘을 물들입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부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을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 님이여 그 술은 한 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 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 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님이여

님께 드리는 포도주는 하룻밤 지나면 눈물이 되고, 다시 하룻밤 지나면 내 눈물이 포도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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