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바람이 불어요!

홍사용1900–1947

바람은 부는데 친구여 평안하뇨 창 밖에 우는 소리 묻노라 무슨 까닭 집 찾는 나그네 갈 길이 어드멘고 이 밤이 이 밤이 구슬픈 이 밤이 커다란 빈집에 과부가 울 때라 부러진 칼로 싸우던 군사야 잊지 말어라 차든가 덥든가 주막집 시악시 부어 주는 술이 해 저문 강가에 팔장 낀 사공이 애타는 젊은이 일 넌지시 묻거든 그리 말하소 더부살이 허튼 주정 말도 말라고 누구의 말이든가 "정성만 지극하면은 죽었던 낭군도 살아 오느니라"고 그것도 나는 믿지 않아요 거짓말이어서 "꺼진 불을 살리어 주소서" 정성껏 빌어도 북두칠성 앵돌아졌으니 어이 하리요 이 밤을 새우면 내 나이 스물네 살! 어머니! 말어 주셔요 시왕전(十王殿)에 축원을 문 앞에 가시성(城)이 불이 붙어요 당신의 외독자(獨子) 나도 가기는 갑니다 죽음의 흑방(黑房)에서 선지피를 끓이어 죄악의 부적을 일없이 그리는 마법사야! 오너라 네 어찌하리요 내가 모르는 체 너털웃음을 웃으면은 아! 지겨운 밤이 바람을 데려오더니 시들지 않은 문풍지 또다시 우노라

바람 부는 밤, 스물네 살 젊은이의 불안과 반항. 어머니에게 축원을 말아 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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