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해 넘어 가기 전 한참은

김소월1902–1934

하염 없기도 그지 없다, 연주홍물 엎지른 하늘위에 바람의 힌 비들기 나돌으며 나무가지는 운다. 해넘어 가기전(前) 한참은 조미조미 하기도 끝없다, 저의 맘을 제가 스스로 느꾸는 이는 복(福)있나니 아서라, 피곤한 길손은 자리 잡고 쉴지어다. 가마귀 좇닌다 종(鍾)소리 비낀다. 송아지가『음마』하고 부른다. 개는 하늘을 쳐다보며 짖는다. 해 넘어 가기전(前) 한참은 처량하기도 짝 없다 마을앞 개천까의 체지(體地)큰 느티나무 아래를 그늘진데라 찾아 나가서 숨어 울다 올꺼나. 해 넘어 가기전(前) 한참은 귀엽기도 더하다. 그렇거든 자네도 이리 좀 오시게 검은 가사로 몸을 싸고 염불(念佛)이나 외우지 않으랴. 해 넘어 가기전(前) 한참은 유난히 다정(多情)도 할세라 고요히 서서 물모루 모루모루 치마푹 번쩍 펄쳐들고 반겨오는 저 달을 보시오.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하염없고 처량하고 다정하다. 저녁 한때의 여러 얼굴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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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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