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자본가에게

박인환1926–1956

나는 너희들의 마니페스토의 결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모든 자본이 붕괴한 다음 태풍처럼 너희들을 휩쓸어갈 위험성이 태풍처럼 가까워진다는 것도 옛날 기사(技師)가 도주하였을 때 비행장에 궂은비가 내리고 모두 목메어 부른 노래는 밤의 말로에 불과하였다. 그러므로 자본가여 새삼스럽게 문명을 말하지 말라 정신과 함께 태양이 도시를 떠난 오늘 허물어진 인간의 광장에는 비둘기 떼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신작로를 바람처럼 굴러간 기체(機體)의 중축(中軸)은 어두운 외계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조종자의 얇은 작업복이 하늘의 구름처럼 남아 있었다. 잃어버린 일월의 선명한 표정들 인간이 죽은 토지에서 타산치 말라 문명의 모습이 숨어버린 황량한 밤 성안(成案)은 꿈의 호텔처럼 부서지고 생활과 질서의 신조에서 어긋난 최후의 방랑은 끝났다. 지금 옛날 촌락을 흘려버린 슬픈 비는 나린다.

자본의 선언문에 결함을 지적하는 해방기 청년의 목소리. 그 시절의 이념적 열기를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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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55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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