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홍역

정지용1902–1950

석탄(石炭) 속에서 피여 나오는 태고연(太古然)히 아름다운 불을 둘러 십이월(十二月)밤이 고요히 물러 앉다. 유리(琉璃)도 빛나지 않고 창장(窓帳)도 깊이 나리운 대로 ― 문(門)에 열쇠가 끼인 대로 ― 눈보라는 꿀벌떼 처럼 닝닝거리고 설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紅疫)이 척촉(躑躅)처럼 난만(爛熳)하다.

눈보라 치는 십이월 밤, 어느 마을에는 홍역이 진달래처럼 번집니다. 고요와 불안이 한 화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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