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유리창 2

정지용1902–1950

내어다 보니 아조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히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안에 든 금(金)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小蒸汽船)처럼 흔들리는 창(窓). 투명(透明)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熱)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戀情)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마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音響) ― 머언 꽃! 도회(都會)에는 고흔 화재(火災)가 오른다.

캄캄한 밤 유리창에 입을 대고 열에 들뜬 나. 갇힌 마음이 도회의 화재처럼 타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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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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