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촉불과 손

정지용1902–1950

고요히 그싯는 손씨로 방안 하나 차는 불빛! 별안간 꽃다발에 안긴듯이 올뺌이처럼 일어나 큰눈을 뜨다. 그대의 붉은 손이 바위틈에 물을 따오다, 산양(山羊)의 젓을 옮기다, 간소(簡素)한 채소(菜蔬)를 기르다, 오묘한 가지에 장미(薔薇)가 피듯이 그대 손에 초밤불이 낳도다.

고요히 성냥 긋는 손, 방 안 가득 차는 불빛. 그대의 붉은 손을 기리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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