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葡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시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 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줄도 모르는 다신교도(多神敎徒)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열이 오른 아이 곁에서 중얼거리는 아버지의 밤. 불도 약도 달도 없는 간절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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