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슬픈 인상화

정지용1902–1950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녀름의 저녁 때………… 먼 해안(海岸) 쪽 길옆나무에 느러 슨 전등(電燈). 전등(電燈). 헤염처 나온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沉鬱)하게 울려 오는 축항(築港)의 기적(汽笛)소리……기적(汽笛)소리…… 이국정조(異國情調)로 퍼덕이는 세관(稅關)의 기(旗)ㅅ발. 기(旗)ㅅ발. 세멘트 깐 인도측(人道側)으로 사폿 사폿 옴기는 하이한 양장(洋裝)의 점경(點景)! 그는 흘러가는 실심(失心)한 풍경(風景)이여니…… 부즐없이 오랑쥬 껍질 씹는 시름…… 아아, 애시리(愛施利)·황(黃)! 그대는 상해(上海)로 가는구료…………

첫여름 저녁 부두, 상해로 떠나는 사람을 배웅합니다. 기적 소리와 오렌지 껍질 씹는 시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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