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풍랑몽 1

정지용1902–1950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우름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葡萄)빛 밤이 밀려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銀灰色) 거인(巨人)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窓)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窓)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때, 은(銀)고리 같은 새벽달 붓그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조름, 풍랑(風浪)에 어리울때 앞 포구(浦口)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行船)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까." 바다 건너 오실 님을 기다리는 꿈속의 풍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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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27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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